광복절 이후 코로나가 폭증하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가운데 광화문 집회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있습니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혼란이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화가 납니다. 정치적인 입장이나 개인에 대한 비판을 접어두겠습니다. 정치적인 입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개인의 신앙도 감히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다움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다움 없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마치 그리스도인의 대표적 인물이 된 상황도 너무 답답합니다.

차별금지법이나 집합금지명령이 있었을 때, 교회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수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복음적인 가치를 수호하고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어디갔습니까? 광화문 집회와 선긋기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일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 모임이 복음적이지 않습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리스도인됨이 보이지 않기에 복음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매일 교회 밖 사람들과 접촉하는 성도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하여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해서 수요예배 때 관련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복음을 짊어진 목회자로서, 개척하여 안간힘을 쓰는 입장에서 저희 성도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저것은 진짜 복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수요예배를 나눈 말씀을 고민끝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이 상황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사람의 오만을 드러냅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이 세상에 구현해 내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하나님이 되었고 사람의 다스림으로 이 세상을 통치했습니다. 그 결과 무분별한 훼손과 파과가 있었고 코로나는 그 결과 중 하나입니다.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땅을 통치하는 오만이 코로나를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두번째는 사람의 약함을 드러냅니다. 작은 바이러스에 마비될 정도로 인간사회는 약합니다. 또 우리의 육신도 바이러스 하나보다 약합니다. 사람은 약한 존재이기에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이 사태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세번째는 거짓된 것을 밝힙니다. 코로나가 1차 확산되었을 때 중심에 신천지가 있었습니다. 이 때 온 세상 사람들이 신천지가 얼마나 무익하고 거짓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님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며 신천지로 빠지지 말것을 강조했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제 신천지는 국민밉상이 되었습니다.

2.이제 코로나 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습니다. 물론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소속되어 있던 교단에서 제명된 목사입니다. 하지만 얼마전까지 교단에 속한 교회였고 지금도 한기총의 회장입니다. 한기총은 대부분의 교단과 교회들이 탈퇴했으나 그 이름은 아직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상황이 우리에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교회 다니는 것들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교회나 신천지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소한 복음을 거절할 명분을 준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지금 10대와 20대, 30대는 얼마나 그렇겠습니까? 20대와 30대의 복음화율이 아주 낮습니다. 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 취업이 미뤄지고 움직일 수 없는 이 상황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 같습니까? 다음세대를 걱정한다면서, 다음세대를 위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만들면 어떻게 하지는 것일까요?

3.제가 가장 답답한 것은 교회의 대응입니다. 언론에서 코로나 확산의 중심에 교회의 모임이 있다고 연일 보도합니다. 그런 보도에 가장 많이 나오는 교회의 입장이 무엇입니까? “억울하다”입니다. “우리는 잘지키고 있는데 왜 다 싸잡아서 그러느냐”고 억울해 합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눈치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파악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유감표명과 신뢰회복이 먼저입니다. 차별금지법이나 교회 소그룹 모임 금지와 같은 것에는 아주 민감하게, 그리고 대대적으로 반응하던 목회자들이 왜 지금은 침묵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지금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분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우리 안에서 해소하지 못해서 송구스럽다. 잘 하겠다”고 말입니다.

4.교회가 왜 실패할까요? 교회가 왜 무너질까요? 세상의 반대 때문일까요? 세상은 항상 교회를 반대합니다. 교회를 반대한다는 것은 교회의 생각,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없어서 궁극적으로 함께 가지 못하기에 교회를 반대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교회는 이웃을 섬겨야 합니다. 이웃을 도와야 합니다. 이것은 세상도 동의합니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는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웃을 돕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전합니다. 하나님으로 모두가 하나되도록 만듭니다. 그런데 세상이 그것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런 반대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세상 시작부터 있었고 세상 끝날까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 속에서 우리를 지키시는 분이 하나님입니다. 하나님보다 세상의 힘이 강합니까? 교회는 외부의 힘 때문에 망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수많은 강대국 속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모세를 비롯한 수많은 선지자들이 어려움 속에서 기도할 때 근거로 삼았던 것이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나라가 망하면 하나님이 무슨 망신입니까? 그러니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인 것입니다.

 교회가 무너지면 하나님이 부끄러워집니다. 자기 백성 하나 못 지켰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교회를 무너지게 하지 않습니다.

5.이스라엘이 무너진 것은 그 속에서 신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사라질 때 스스로 무너집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을 붙잡지 않으면 망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위기는 어디서 올까요?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생각을 잃어버렸을 때가 위기입니다. 교회가 무너진다면 외부의 힘 때문이 아니라 교회 때문입니다.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거짓 선지자, 거짓 목회자 때문이고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거짓 성도들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약해진 것을 남탓으로 돌리지 말고 우리 탓을 해야 합니다.

6.교회가 교회의 본질, 교회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교회란 예수님의 증인, 하나님의 증인입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며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 사랑이 있어야 하고, 평안이 있어야 하고, 오래참음이 있어야 하고, 선함이 있어야 하고, 부활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렇습니까? 이 사태의 중심에 있는 교회가 예수님의 증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있습니까? 십자가를 지고 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7.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는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셨듯이 우리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낮은 자세로 내려놓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높은 자리 가기 위해서 고생하는 것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내 재산,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것도 십자가가 아닙니다. 그것은 감히 자기 욕망에 십자가를 붙이는 것입니다. 감히 그러는 것입니다.

8.우리는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관점이 다릅니다. 처지도 달라서 그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진보적 입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1번을 지지할 수 있고 2번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정권을 지지할 수 있고 반대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법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제도가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역행하는 것이라면 불복종 운동을 통해서도 입장을 낼 수 있습니다.

목회자가 정치적인 발언을 해도 됩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의 발언은 대부분 정치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정치적인 활동에는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목회자가 정치적 활동을 하는 순간 성도들은 반강제적으로 끌려가기 때문입니다. 정치활동을 하려면 목회직을 내려놓던가 최소한 교회에서 사임해야 합니다.

목회자든 성도든 이 세상을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채우기 위해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예수님의 증인으로서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면 정치적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하나님께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9.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믿음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로마서 1장 18절에는 그리스도인을 두고 ‘믿음으로 믿음에 이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믿음에서 믿음에 이르렀다는 말을 다르게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으로 살게 하셨다”는 말이고 “신실함으로 신실하게 하셨다”는 말도 됩니다.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약속하시고 신실하게 지키셨고 사람을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사람이 하나님께 대하여 신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대하여 신실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신실하셨듯이 우리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신실함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같이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사람을 미워하면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증인입니다.

10.로마서 12장 이후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삶이 무엇인지 설명해 줍니다.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는 것, 마음을 낮은데 두는 것,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것,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하는 것,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는 것, 원수마저도 돌보는 것,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입니다. 이 우리가 보여야 할 신실함이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삶입니다.

지금 교회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십자가에 어울리는 삶은 십자군과 같은 삶이 아닙니다. 십자가에 달려 사람을 살리신 예수님을 닮은 삶입니다.

11.정치적인 입장이 광화문 집회와 같아서 동조하고 싶더라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먼저 지켜야 합니다. 무엇이 우선입니까? 아무리 옳은 말해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습을 지키지 못하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꾕과리라고 했습니다. 옳은 말을 하려면 옳은 방법으로 해야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려면 하나님의 방법, 십자가로 해야 합니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고 해도 하나님의 성품,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멀리하셔야 합니다. 그만하라고 소리쳐야 합니다. 벗어나야 합니다.

누군가는 한국교회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내면에 교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불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잡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복음에서 떠난 우리 잘못입니다. 복음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우리 탓입니다.

12.살아날 수 있을까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활의 믿음이 있습니다. 죽은 땅에서도 새싹은 피어납니다. 우리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때, 진정한 십자가를 질 때 우리는 다시 살아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장 낮은 자리로 들어가 사람들을 섬길 때 살아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짐을 짊어집시다. 복음을 듣고 마음을 바로 세우는 우리가 그렇게 합시다. 다른 교회 원망하기 전에, 억울하다고 하기 전에 우리부터 예수 믿는 사람답게 삽시다. 죽어가는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힘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