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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2 06:16

대리하며 전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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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면 제가 부러울만큼 하나님께 충성하며 살아가는 목회자들이 참 많습니다.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먹고 살기에 바쁘지만 복음의 사명을 잊지않고 매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복음이 살아움직이는 것도 자주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제가 반성하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소개하는 추창호 목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서울침례교회에서 청년부 목사로 섬기고 있는 추목사는 과거 대리운전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분명 생계를 위한 대리운전이지만 쉬지 않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 때 있었던 일화를 페이스북에 올려두었는데 참 귀한 간증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글과 함께 성도님들도 하나님을 만나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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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하며, 전도하며#97>
- 성경 보는 노숙인
두 번째 콜을 타고 천안까지 갔다.
천안역에서 막차를 타고 내려갈 요량으로 표를 사러 올라갔다.
그때 복도에 앉은 한 노숙자가 눈에 들어온다.
역내라지만 외풍이 만만치 않은데
찬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옷을 몇가지나 껴입고는 모자를 뒤집어 쓴 그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한다.
근데 자세히보니 그의 두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다!
진짜 읽고 있는건지 의심스러워서 오던 길을 몇 번을 오가며 보았다.
정말 한 장, 한 장 읽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나도 모르게 그 옆에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눈만 돌려 목례를 하고는 다시 성경을 보는 그.
“저는 대리기사예요...목사기도하구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곤 굵은 목소리로 격려해준다.
“목사님이 고생하시네요.”
“고생이라뇨...하하. 성경보고 계신거 보고, 넘 기뻐서 왔어요. 이해는 잘 되세요?”
“아직 잘 몰라요. 제가요. 올해 1월에 예수 믿기 시작했어요. 성경은 누가복음 11장까지 읽었어요. 오늘 읽은 말씀 중에 이 말씀이 제일 좋아요. (눅1:13)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저는 성령 받고 싶은데, 기도할 때 사람들이 의식 되서 잘 안되요.”
“아뇨.아뇨. 이건요. 약속의 말씀이예요. 성령님은 어떤 기도의 공력같은게 쌓여서 얻게 되는게 아니예요. 감정이나 기분같은 건 더더욱 아니구요. 살아계신 하나님이세요. 예수 믿는 모든 자의 마음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이세요. 그래서 요한복음 14장에서 예수님은 성령님을 이렇게 소개해요.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고 오시는 분’이라고요. 어르신이 예수님 믿으셨으니까 성령님은 이미 어른신과 함께 계시고, 함께 사시고, 동행해주시는 분이세요....”
감격스럽다. 소망 없어 보이는 자리이지만, 그분은 차디찬 역 복도에 앉아 하늘 아버지를 바라보고 계셨다.
“목사님, 저는 교회 자주 가고 싶어요. 근데요. 제가 교회 다니는 사람들 수준은 아니라서 챙피해서 갈 수가 없어요. 어느 정도라도 제가 기본이라도 되어야 하는데....저는 냄새도나고요. 술 냄새도 많이 나거든요. 갈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요.”
“그런 생각마세요. 예수님도 바리새인보다 하나님 앞에 낮아진 세리를 칭찬 하셨쟎아요.”
“네...하긴... 제가 다니는 교회 사람들도 그래요. 언제라도 오라고. 괜찮다고요...”
그리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뭘 꺼낸다. 뭔가 했더니 핸드폰!!
“핸드폰도 있으시네요.”
“구식인데요. 찬양듣고 싶어서 틀어요.”
그리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찬양이라고 들려준다.
찬송가나 옛날 ccm이겠거니 했는데,
재생목록에는 <어노인팅 예배캠프2015>가 있다. 의외다.
근데,...
내게 들려준 찬양,...
나도 처음 들어보는 찬양인데,...
가사를 듣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슬픈 마음 있는 자, 몸과 영혼 병든 자
누구든지 부르시오. 예수 이름 부르시오.
그 이름을 믿는 자, 그 이름을 부르는 자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는 구원얻으리>
...아...
차디찬 역내 복도에서,
이 고백을 홀로 불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시리도록 아프다.
또 아프도록 감사하다.
‘예수님 이 분에게 소망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머니에 대리비 받은 것 일부를 떼내어 손에 쥐어드렸다.
벌떡 일어나신다.
“목사님 안주셔도 돼요”
“아뇨. 아까 읽으신 말씀처럼, 제 마음에 계신 성령님이 주고 싶은 마음을 주시네요.
하지만 이거 가지고는 술은 안되요~내일 식사 꼭 챙기세요.”
“목사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이고 인사하신다.
.
.
.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 생각이 많아진다...
그가 가진 소망, 가난한 마음...
그리고 믿음...
비록 지금 그의 삶은 바닥이다.
근데 그의 모습에서 생명을 보았고, 산 소망을 보았다.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음의 생명이 그의 안에 있다.
예수님 우편 강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예수님이 마지막 소망이었던
예수님이 유일한 소망이었던
그를 보았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무엇인가?
그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감격스럽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날 부끄럽게 한다.
나는 무엇이 소망인가?
나는 예수님이 유일한 소망인가?
나는 뭐가 그리 바라는 게 많은가?
그래 예수님이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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